아래 기사는 월간 카비젼 2008년 1월호 기사로서 모든 저작권은 카라이프넷에 있습니다.




르노삼성의 첫 4WD 모델이자 르노-닛산-르노삼성 얼라이언스의 공동 프로젝트 1호 QM5가 베일을 벗었다. 컨셉트카 콜레오스 디자인을 그대로 살리면서 닛산 플랫폼과 르노의 최신 직분사 디젤 기술을 결합시켰다. 승용차와 SUV를 수준 높게 양립시켰다는 르노삼성의 주장대로 여느 SUV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쾌한 달리기 성능과 매끄러운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신모델과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그렇듯 가슴이 설렌다.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 온 모델이라면 두말 할 것도 없다. QM5에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웬 SUV?”라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고성능차에 열광하는 기자의 취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QM5에 주목한 이유는 국산차이면서 닛산 플랫폼을 사용해 개발된 4WD이기 때문이다. 잘 달리는 차 만들기로 유명한 그들의 노하우와 르노가 제공하는 최신 직분사 디젤 그리고 르노삼성의 디자인과 생산능력이 만나 완성된 QM5는 지난 하반기 발표된 국산차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이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는 신년에 선전이 기대되는 모델이다.
 
개성적인 스타일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QM5의 시발점이 된 모델은 200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발표된 컨셉트카 이지어스(Egeus). 이듬해 발표된 콜레오스에서는 양산을 위한 디자인이 확립되었다.
딱 적당한 크기의 차체는 승용차와 SUV의 이미지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고 있다. 진입각을 확보한 범퍼와 대칭을 이루는 날렵한 보닛 곡선은 공기를 가르는 탄두처럼 뾰족한 노즈를 만들어 냈다. 매끄러운 윈드스크린에 호응하는 C필러의 경사도는 고성능 해치백을 보는 듯한 느낌. 승용 라인업과 패밀리룩은 아니지만 르노삼성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얼굴임에는 틀림없다. 시승차에 달린 스키드 가드와 범퍼 가드는 선택장비다.
뒷모습도 개성이 넘친다. 르노 세닉의 파노라믹 리어 윈도만큼 파격적이지는 않아도 날렵한 경사면을 이루는 뒤창과 루프윙이 잘 어울리고, 보디 패널에서 살짝 튀어나온 콤비네이션 램프가 매력 포인트. 테일 게이트는 국내 최초의 크램셀 타입. 랜드로버, BMW 등에 사용되는 디자인으로, 아랫부분을 내려 간이벤치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인테리어에서는 유럽 감성이 진하게 느껴진다. 색상과 디자인이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배치가 눈길을 끈다. 크롬을 두른 3련미터와 붉은색 조명을 사용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있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대시보드 위로 LCD 모니터가 자리 잡았고, 도어 핸들과 센터페시아 양옆을 크롬으로 장식해 화려함을 살렸다. 옅은 베이지색 우드그레인은 상당히 멋스러운 모습이다. 디자인 때문에 낮아진 센터페시아에는 공조장치와 오디오, 시동 버튼과 4WD 모드 스위치 등이 3단으로 배치되어 있다. 디자인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지만 좁은 공간에 많은 스위치를 넣은 탓에 조작성은 그리 좋지 않다.
수납공간은 나무랄 데 없다. 센터콘솔은 손잡이가 달려 뽑아낼 수 있고, 글러브박스에는 냉장 및 잠금 기능이 포함되었다. 또 도어마다 뚜껑이 달린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간편한 시트 배열도 눈길을 끄는 요소. QM5는 트렁크에 달린 레버를 당기면 2열 시트가 한번에 접히는 원 액션 더블 폴딩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간편하게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능이다.
 
조이스틱으로 조절하는 내비게이션
파노라마 선루프도 국산차 최초다. 지붕을 거의 다 덮어 개방감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밤에는 별과 달을 감상할 수 있는 낭만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그밖에 듀얼 에어컨과 B필러에 달린 뒷좌석용 환풍구, 뒷좌석을 위한 수납식 선블라인드 등 앞뒤 좌석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스마트키를 센터페시아에 끼우고 버튼을 누르면 잠시 후 점검이 끝났다는 사인과 함께 시동이 걸린다. 조작이 잘못되었으면 ‘변속 레버를 P에 높으세요’ 등의 지시사항이 계기판에 표시된다. 운전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MMI 시스템이다. 내비게이션은 조이스틱 방식이어서 운전 중에도 조작이 쉽다. 전후좌우 네 방향과 회전이 가능하고, 둘레의 버튼으로 다양한 기능을 조작한다. 블루투스 핸즈프리 기능도 있다.
 
QM5에 준비된 엔진은 직렬 4기통 2.5ℓ 171마력의 휘발유 엔진과 2.0ℓ 150마력, 173마력형 직분사 디젤 터보 등 세 가지. 가장 먼저 발표된 150마력 직분사 디젤(dCi)이 국내 시장의 주력이 된다. 휘발유 버전은 중동 지역(르노 브랜드로 수출)을 위한 모델, 그리고 173마력의 스포츠 버전 역시 수출용으로, 국내에서는 소량 판매할 예정이라고.
시승차는 2.0 dCi 150마력형. 르노에서 개발한 2.0 dCi 엔진은 피에조 인젝터를 사용하는 첨단 직분사 디젤 엔진으로 신형 라구나에 먼저 얹혔다. 피에조 소자를 사용해 반응이 빠르고 내구성이 좋다. 덕분에 높은 출력과 연비, 소음 등을 높은 수준에서 양립시킬 수 있었다. 터보차저는 가변 지오메트리 방식으로, 저회전에서부터 빠르게 과급압을 높인다. 그 결과 최고출력 150마력에 최대토크 32.6kg·m를 확보했고 1천750rpm에서 최대토크의 90%를 발휘한다.
 
액셀을 살짝 밟자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풀리면서 차가 움직인다. 엔진음은 4기통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조용하다. 디젤 특유의 갈갈거리는 소리를 잡아냈고, rpm이 안정되는 크루징에서는 휘발유 엔진을 능가하는 정숙성도 보인다. 액셀링에 대한 반응은 힘이 넘치는 느낌은 아니지만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속도계가 치솟는다. 넓은 회전대역에서 꾸준하게 힘을 내는 타입. 고회전에서의 피크파워보다는 넓은 영역에서 힘을 내도록 세팅했다는 개발진의 설명대로 2천rpm 부근부터 꾸준하게 밀어붙이고, 레드라인 근처에서도 힘이 줄어들지 않는다. 신형 6단 자동 변속기와도 좋은 궁합을 보인다.
 
신병기 올모드 4WD의 위력에 감탄하다
올모드 4WD로 불리는 새로운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QM5의 비밀병기. 비슷한 구조의 예전 4WD들은 대부분 앞바퀴를 굴리다가 구동륜이 미끄러지는 시점에서 뒷바퀴에 토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올모드 4WD는 요잉센서와 가속센서, 스티어링 타각센서를 추가해 미끄러운 노면은 물론이고 코너링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이 신병기의 성능을 확인시키기 위해 르노삼성은 시승 코스에 강원도 평창의 운두령과 구룡령을 끼고 도는 와인딩로드를 넣었다. 스피드 매니아들 사이에서 첫손에 꼽힐 만큼 유명하며, 일반 승용차로도 상당히 힘든 코스다. 게다가 시승일에는 살짝 눈발까지 날리는 등 시승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다.
하지만 기자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승용차에 비해 무게중심이 높은데도 롤링이 많이 느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찔한 급커브에서도 언더스티어를 일으키지 않았다. 반응 빠르고 제동력 좋은 네바퀴 V디스크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적당히 속도를 낮추고, 딱 필요한 만큼 스티어링을 꺾기만 하면 노즈가 매끄럽게 코너 안쪽을 파고든다.
 
QM5는 코너에서 적절하게 구동력을 배분하는 4WD 시스템에 힘입어 타이어 접지력을 고르게 활용한다. 요센서가 차의 선회를 감지하고, 스티어링 각도에 따라 뒷바퀴 구동력을 더해 안전하고 빠른 코너링을 가능케 한다. 그립이 낮은 상황에서도 구동력과 그립 확보가 쉽다는 4WD의 장점에 최신기술을 더해 한층 강력한 무기로 거듭났다. 게다가 닛산에서 전수받은 플랫폼과 감쇠력이 조절되는 댐퍼가 승차감과 달리기 성능의 미묘한 균형을 잡는다. 덕분에 QM5는 월등한 코너링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SM3나 SM5/7 등 르노삼성의 승용차 라인업은 물론이고 국산차를 통틀어 와인딩로드에서 QM5를 능가할 수 있는 차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감탄하는 사이에 차는 이미 산을 내려와 평탄한 국도로 접어든다. 고속 크루징에서 2.0 dCi 엔진은 높은 정숙성을 제공하고, 평지에서의 승차감도 좋다. 이는 입력되는 충격에 따라 진동이나 요철에서는 부드럽게, 차체 롤링에 대해서는 단단하게 대응하는 작스제 가변식 댐퍼(하이스피드 댐핑 컨트롤) 덕분. 인피니티에도 사용되는 기술이다. 꾸준히 토크를 내는 2.0 dCi 엔진과 6단 AT 덕분에 시속 100km를 넘어도 순발력을 유지하고, 시속 160km에서도 가속에 여유가 느껴진다.
 
QM5는 이처럼 뛰어난 온로드 성능뿐만 아니라 오프로드에 대해서도 높은 적응력을 자랑한다. 4WD 록 모드는 물론이고 경사로에서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 밀림을 방지하는 HSA(Hill Start Assist), 반대로 내리막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잡아 주는 HDC(Hill Descent Control)을 준비하고 있다. 또 모니터에 4WD 인포테인먼트를 띄우면 방위와 기압, 고도, 차의 기울어짐과 앞바퀴 각도 등을 그림으로 알려준다.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매력적인 모델
QM5는 르노삼성에 상당히 의미 있는 모델이다. 르노-닛산-르노삼성 얼라이언스가 결성된 이후 세 메이커가 협력하여 만든 첫 번째 모델. 또 르노삼성이 만들어 수출하는 첫 자동차다. 연간 10만 대를 생산해 70% 가량을 수출할 예정.
비포장과 온로드를 아우르는 크로스오버가 늘어나고 있는 시장 특성에 맞추어 르노삼성은 세단과 SUV가 완벽하게 조화된 차를 만들고자 했다. 두 영역의 어정쩡한 타협이 아닌, 장점을 극대화시킨 고차원의 크로스오버 말이다.
SUV의 유틸리티성과 비포장 주파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어지간한 승용차보다 빠른 코너링 성능을 보여준다. 짜임새 있는 디자인과 유럽차 수준의 다양한 편의장비를 갖춘 데다 높은 감성품질은 르노삼성의 주특기.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한, 매력적인 신모델의 등장이다.
 
Editor's Comment
운전자세 높은 차가 체질적으로 싫다거나 ‘값=차체 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만 아니면 누구에게라도 권하고 싶은 차다. 차급을 뛰어넘는 달리기 성능은 물론이고 수입차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다양한 첨단장비는 덤이다. 시승차는 디젤 4WD 최고급형 RE 플러스에 내비게이션과 세이프티 패키지를 넣어 라인업 중 최고가인 3천500만 원선. 하지만 2WD 기본형은 2천165만 원에서 시작되어 가격에서도 메리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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