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기사는 월간 카비젼 2008년 8월호 기사로서
모든 저작권은 카라이프넷에 있습니다
.
http://www.carlife.net/








[ 국산차 오너들이 QM5에 환호해야 하는 이유]
RENAULT SAMSUNG QM5 CITY



르노삼성 QM5에 휘발유 버전이 더해졌다. 새 파워트레인은 2.5ℓ 휘발유 엔진에 X트로닉 CVT를 물려 최고출력 171마력을 낸다. 연비는 2.0ℓ급 경쟁 휘발유 SUV보다 뛰어난 11.2km/ℓ. 날카로운 핸들링과 잘 다듬어진 서스펜션 덕에 훌륭한 달리기 실력을 자랑하고, 풍부한 안전·편의장비를 갖춰 동급 수입 SUV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르노삼성이 야심차게 하지만 한발 늦게 내놓은 QM5. 이미 소형 SUV 열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국내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후 예상대로 고전하고 있다. 기아 스포티지와 현대 투싼 그리고 싼타페가 이미 길거리에 발에 채일 만큼 넘쳐나고 있는 분위기에서 QM5의 설자리는 후천적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부진 씻어 줄 QM5 라인업의 기대주
게다가 수입차에 버금가는 앞선 메커니즘과 편의장비들로 무장했다고는 하나 차값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비슷한 값이면 싼타페를 선택했고, 비슷한 사이즈라면 값싼 스포티지나 투싼을 선택했다. 르노삼성은 애당초 타깃을 싼타페로 잡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쉽사리 인정하지 않았다. 르노삼성은 QM5의 차별화에 실패했고 소비자는 그런 QM5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현대가 2.0ℓ 버전의 값싼 싼타페를 내놓으면서 QM5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QM5 동호회를 중심으로 트랜스미션 결함 등을 주장하며 리콜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QM5를 둘러싼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엔 경유값이 크게 오르면서 가솔린 엔진을 얹은 SUV의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스포티지의 경우만 보더라도 근래 판매량의 40% 이상이 휘발유 버전일 정도로 경유값 오름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극받은 르노삼성은 QM5 휘발유 버전을 출시하기로 하고 4WD 시스템을 뺀 QM5에 QR25로 불리는 닛산의 2.5ℓ 엔진과 여기에 맞물리는 X트로닉 무단변속기(CVT)를 조합한 파워트레인 이식을 결정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이달에 시승한 QM5 씨티다.

르노의 디젤 엔진 기술과 닛산의 뛰어난 플랫폼, 르노삼성의 디자인 및 생산능력이 만나 탄생한 것이 QM5 디젤 버전이라면 이번에 출시된 QM5 시티는 닛산의 엔진과 플랫폼 기술에 르노삼성의 생산능력이 만난 것으로 현재 닛산이 세계 시장에서 판매 중인 알티마와 로그 등에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조합의 파워트레인이다. 한마디로 QM5 씨티의 파워트레인은 내구성이나 품질, 성능 등이 이미 검증된 물건이라는 소리다.

당연하다는 듯 2.5ℓ 엔진을 얹은 건 2.0ℓ 엔진을 쓰는 스포티지나 투싼 휘발유 버전과는 애당초 경쟁관계가 성립할 수 없는 차급이라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좀더 높은 성능의 엔진을 얹음으로써 달리기 실력에서도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르노삼성의 간절한 바람도 담겨 있다. 한편으로는 스포티지보다 159kg, 투싼보다는 119kg 더 무거운 차체를 가뿐하게 움직이려면 2.0ℓ 엔진으로는 힘이 부족하다는 판단도 이 같은 엔진 선택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 덕에 배기량으로 차급을 나누는 것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휘발유 SUV에서 QM5 씨티가 경쟁자들보다 윗급으로 느껴지게 하는 데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그에 따른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 등 유지비에 대한 우려는 2.5ℓ 배기량이 가진 장점과 함께 양날의 검이 되어 스스로를 위협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2.0ℓ 전후의 차급에서 유지비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인데다 고유가에 대한 불안심리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선 파워트레인과 첨단 편의장비로 무장
이처럼 몇 가지 걸림돌이 존재하긴 하지만 차 자체로만 따진다면 QM5 씨티는 동급 국산 SUV 수준을 뛰어넘을 만큼 잘 만든 차다. 고만고만한 2.0ℓ 휘발유 엔진에 시대에 뒤떨어진 4단 AT를 물린 경쟁자들의 공인 연비가 10km/ℓ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반해 고효율 CVT를 조합한 QM5 씨티는 더 큰 엔진을 얹고도 휘발유 1ℓ로 11.2km를 달린다. 배기량만 보고 기름을 더 먹을 줄 알았던 소비자들 입장에선 뜻밖의 결과다.

르노삼성이 제공한 시승차는 QM5 씨티 최고급형인 RE 버전으로 아기자기한 내외관은 디젤과 마찬가지로 깔끔하다. QM5가 자랑하는 파노라마 선루프는 단순한 글라스 루프만 달린 푸조 307이나 207에 앞서고, 비슷한 장비를 가진 폭스바겐 티구안과는 대동소이할 정도로 기능성이 뛰어나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QM5를 단순한 교통수단에서 여유로운 삶의 동반자로 격상시켜 준다. 아울러 해치 게이트를 상하로 분할한 클램셀 테일게이트와 넓고 평평한 화물공간을 만들어 내는 풀 플랫 시트는 차의 쓰임새를 크게 확장시켜준다.

실내는 이번에 새롭게 더해진 카본파이버 스타일의 장식을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 기어 레버 주변에 넣어 세련되고 스포티하게 꾸몄다. 최고급형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현대 제네시스에 쓰이는 렉시콘 오디오와 함께 국산차 오디오 시스템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도 운전석과 동반석의 온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듀얼 모드 공조 시스템과 스포티하면서도 손쉽게 시동을 걸 수 있는 엔진 스타트 버튼, 손가락만 까딱해도 작동하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컨트롤이 수월한 조이스틱 내비게이션, 차의 상태와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MMI 시스템 등도 갖추고 있다.

아울러 코너 안쪽을 별도로 비춰주는 코너링 램프는 야간운전 때 특히 유용하고, 타이어 공기압 감지 시스템(TPMS)은 MMI를 통해 실시간으로 네 바퀴의 공기압을 표시해줄 뿐 아니라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즉각 운전자에게 알려줘 만일의 사고를 방지해 준다. 개인적으로는 폭스바겐 골프를 사지 않았다면 QM5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곳곳에 경쟁자와는 차별되는 숨은 매력들이 가득하다.

스마트키를 지닌 채 엔진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2.5ℓ 휘발유 엔진이 조용히 회전하기 시작한다. 크든 작든 진동과 소음이 느껴지는 디젤 SUV들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조용하고 매끈한 엔진의 정숙성이 무척이나 새롭다.

차를 움직여 보았다. 페달과 스티어링 휠이 가볍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좋아할 법한 감각이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접어들어 서서히 속도를 높여 보았다. 시속 120km 부근까지 쭈욱 가속했지만 일반 AT와 달리 중간중간 느껴지는 변속충격이 없다. 이 같은 매끈한 가속감은 우수한 정숙성과 맞물려 마치 전기모터로 달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국산차 수준 뛰어넘는 우수한 주행성능

최고출력 171마력을 자랑하는 2.5ℓ 엔진은 고효율 X트로닉 변속기와 맞물려 시속 160km 부근까지 힘차게 가속된다. X트로닉은 CVT이므로 원칙적으로 기어 단수가 존재하지 않지만(사실은 매우 미세한 다단의 개념이다) 풀리의 일정 기어비에 해당하는 지점에 체인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수동 6단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기어 레버를 까딱거려 시속 100km 언저리에서 엔진 브레이크 걸어 보니 의외로 빠른 반응을 보일 뿐 아니라 엔진 브레이크 상태에서도 소음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피드백이 굼뜨고 rpm이 한참 떨어질 때까지 먹통이 되는 경쟁자들의 4단 AT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닛산의 특기 중 하나인 CVT 기술이 3세대 X트로닉으로 무장한 QM5 씨티에서도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경쾌하면서도 날카로운 핸들링은 운전자의 의도에 충실한 몸놀림을 빚어내고, 부드러움과 단단함이 조화된 서스펜션은 속도를 높여도 안정감 있게 차체를 떠받친다. 앞뒤 모두 방열 성능이 우수한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브레이크를 써 부족하지 않은 제동성을 보여준다. 이 같은 주행성능은 4WD 시스템을 뺀 보급형 혼다 CR-V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듯.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도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를 유지해 주는 크루즈 컨트롤과 특정 속도를 지정해 두면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그 이상 가속되지 않는 스피드 리미터는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덜어줄 뿐 아니라 과속 방지와 연비주행을 이끈다.

국산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앞선 메커니즘은 물론 차의 가치를 빛내주는 안전ㆍ편의장비를 갖춘 QM5 씨티는 분명 세계 수준의 차를 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직접 체험하게 해 줄 것이다. 수입차를 타고 싶은데 부담스런 값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산차를 탄다고? 여기 수입차 같은 국산차가 있는데 무엇을 망설이나. 더군다나 아직도 싼값을 가장 큰 무기로 내세우는 대다수의 국산차와 달리 QM5는 유럽 시장에서 독일, 일본, 프랑스차들과 제대로 경쟁하는 국산차 아니던가.

Editor's Comment
QM5는 비싸다. 하지만 비쌀 이유가 없는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QM5는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다. 경쟁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실용적이고 뛰어난 편의장비가 그것이고, 경쟁자들은 흉내낼 수 없는 앞선 메커니즘도 빼놓을 수 없다. 무조건 싼 것만 찾을 게 아니라 제대로 만든 차를 제값 주고 선택하는 풍토가 자리잡아야만 빛을 볼 수 있는 차가 바로 QM5다.


+ Recent posts